김삿갓은 산길을 진종일 걸어오다가 해거름에 어떤 마을에 당도하니 고래 등 같은 기와집 마당에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다.한편에서는 떡을 치고 한편에서는 부침개를 부치고.김삿갓은 부침개 냄새를 맡자 새삼스레 허기가 느껴져 옆 사람에게 물어보았다."무슨 큰 잔치가 있기에 이렇게도 법석거리오?"마을 사람들은 김삿갓을 나무라듯 대답했다."당신은 내일이 오 진사 댁 진갑 날이란 것을 모르오? 이번 진갑 날에는 본관 사또 님을 모시기 위해서 돼지 다섯 마리와 황소 한 마리를 잡았다오."옆에 있는 사람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다."이 사람아! 사또께서 내일 오실지 안 오실지 몰라서 오 진사 어른은 지금 똥줄이 타고 계시다네."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오 진사는 며칠 전 사또에게 사람을 보내 이번 진갑 잔치에 꼭 왕림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