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된장, 막장 그리고 쌈장

Recompanion 2025. 11. 26. 14:49
반응형

editor 황광해 음식평론가




7월 초부터 ‘막장, 쌈장 만드는 교실’을 열고 있다. 대다수 수강생이 ‘레시피’부터 찾는다. ‘막장 만드는 레시피’는 없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막장 레시피를 배우러 왔는데 레시피가 없다니?

다시 이야기하지만, 막장 레시피는 없다. 막장은 자유로운 음식이다. 메주, 고춧가루(고추씨), 엿기름, 소금, 보리쌀, 물을 넣지만 이게 ‘정답’은 아니다. 얼마의 비율로 섞으면 되느냐고 묻는다. 원하는 대로, 라고 대답한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우리 집안 비법’, ‘맛있는 막장 레시피’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내용은 제각각이다. 육수를 우려서 넣는 이도 있고, 간장, 조청, 물엿, 여러 가지 곡물을 사용하는 이도 있다. 정해진 레시피는 없는 셈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의 원리를 아는 이들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게 막장이다. 쌈장과 막장의 차이를 묻는 이도 있다. 쌈장은 우리 시대에 나온 음식(?)이다. 레시피를 묻는 것은 어리석다.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가장 맛있게’를 외치지만 허망하다. 쌈장이야말로 제각각, 원하는 대로가 정답이다.

혼란스러운 이유가 있다. 우선 된장부터 시작하자.

된장,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누구나, 된장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라고 생각한다. 된장은 우리 전통, 고유의 식품이라고 여긴다.

과연 그럴까? 된장 이야기를 하자면 늘 ‘근거’로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신라시대 신문왕(재위 681~692년) 때의 이야기다. 683년, 신문왕은 재혼한다. 신문왕은 어린 신부에게 여러 가지 예물을 보낸다.

요즘으로 치자면 폐백(幣帛)이다. 흔히 “신문왕이 결혼을 하면서 왕비가 될 신부에게 메주와 된장 등을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신라시대에 이미 메주와 된장이 있었으니 우리 메주, 된장의 역사는 깊다고 지레짐작한다. 틀렸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중 엉터리 내용도 많다. ‘신라 메주, 된장’은 원문이 “미주유밀장시포해(米酒油蜜醬豉脯醢)”다. 결혼 예물로 보낸 것이 쌀, 술, 기름, 꿀, 장, 시, 포, 해다. 장은 혼란스럽다. 문장 중 ‘장(醬)’을 된장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틀렸다. 오늘날같이 된장, 간장으로 가르는 것은 오래지 않았다. ‘된장’은 ‘된+장’이다.

‘된’은 ‘뻑뻑한, 밀도가 높은’이라는 뜻이다. 간장은 ‘간을 맞추는 데 요긴한’ 장이다. 장 가르기를 하고, 된장, 간장을 별도로 숙성시키는 것은 오래지 않았다. 조선시대 내내 ‘장’은 일상적으로 ‘장’으로 표기했다.

청장유(淸醬油)라는 표기가 등장하지만 이게 간장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신문왕 예물 명단에는 ‘된장’은 없다. 그저 ‘장’이다. 어떤 장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신문왕 기록이 오래된 것 아니냐고? 그렇지도 않다. 중국 측 자료인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오늘날의 사전이다. 서기 100년 무렵의 기록이다. 신문왕보다 약 580년 정도 앞선다. <설문해자>에 콩 혹은 콩에 밀가루를 더한 메주가 등장한다. ‘시(豉)’는 한국이나 중국 모두 콩이 주재료다. 우리 메주가 ‘고유의, 전통적인 것’이라고 자랑할 것은 없다.

수강생들에게도 이야기한다. 오히려 메주, 된장, 간장의 레시피를 따질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레시피의 ‘막장’, ‘나만의 막장’, ‘우리 식당만의 독특한 막장’을 그리는 것이 필요치 않느냐고.



출처: 음식과 사람

반응형

'아는 것이 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면 끓이기의 모든 것  (2) 2025.11.30
자국어로 타자치는 나라  (2) 2025.11.29
밥을 냉동하는 방법  (6) 2025.11.26
칭찬보다 효과 좋은 말  (0) 2025.11.25
집에 곰팡이 있다면 이 식물...  (1)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