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개선 기조였던 중·일 관계가 대립으로 돌아서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위협성 표현으로 반발하며 시작된 양측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가 자국민에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등 영향은 실물 경제에도 파급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말 폭탄’에 이어 사실상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中 자국민에 일본행 자제 권고
16일 중·일 매체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당분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주일중국대사관은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 외교부와 주일중국대사관·영사관은 가까운 시일에 일본을 방문하는 것을 엄중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방문 자제 권고는 일본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실력 행사로 읽힌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3165만500명 중 중국인은 748만7200명으로 최다였다. 교도통신은 “관광업에 대한 타격을 노린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유 항공사는 15일 일본행 항공권 취소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 항공 3사는 각각 항공권 취소 및 변경을 무료로 처리한다고 일제히 공지했다. 도쿄, 오사카 등 일본이 출발 또는 도착지인 항공편이 대상이며, 기간은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중·일 간 비즈니스에도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의 중국법인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정부 계열 기업과의 비즈니스 협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다른 일본 기업 관계자는 중국 SNS에서 자사 제품 홍보를 자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5일 중국의 일본 방문 자제 권고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양국 정상 간에 확인한 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큰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日총리 ‘대만 개입’ 발언에 갈등 격화
양국 간 대립은 다카이치 총리의 7일 의회 답변에서 비롯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에 대해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고,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를 동반하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으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존립 위기 사태라고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도 “대만 유사가 일본 유사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외교 관계 핵심으로 보는 중국으로서는 방관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포문을 연 것은 쉐 총영사다. 그는 X 계정에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들이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위협성 글도 올렸다가 지웠다.
중국 외교부는 쉐 총영사의 글이 ‘개인적’ 언급이라면서도 일본을 강하게 비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관의 개인적인 글이 겨냥한 것은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열시키려는 망상과 대만해협 무력 개입을 고취하는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문제를 촉발한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의회 답변 과정에서 말했다. 그러자 린 대변인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해서는 안 된다”며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더 센 발언을 했다. 중국은 13일 주중일본대사를 초치했고, 일본 역시 14일 주일중국대사를 불러들였다.
○2012년 센카쿠 갈등 이후 최악 우려
대립의 타협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집단적 자위권 관련 언급이 발단이 됐다고 해도 안보 전문가 사이에서는 과거부터 논의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면 스스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여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층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
중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을 손상했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비자 연장,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등 유화적 행동에도 다카이치 총리가 세게 나가자 시 주석 체면이 깎였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약한 모습’으로 비치면 자국에서 비판받을 위험도 안고 있다.
중국은 갈수록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15일 중국 정부가 최근 “모든 후과(나쁜 결과)는 일본이 져야 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이런 표현들은 중국이 이미 실질적 반격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를 발신한다“고 썼다. 이 매체는 대일 제재와 양국 정부 간 교류 중단을 대응 수단으로 꼽았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번 갈등이 최악의 경우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일본과 중국이 더 강경한 조처를 단행한다면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불린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관계 악화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는 갈등이 더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화 실마리를 찾고 있다. 오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만남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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