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울컥하며 치솟는 분노가 가라앉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기분은 몇 분 뒤에 나아질지 몰라도 우리 몸의 혈관이 입는 내상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심각하게 지속된다.
미국 과학기술 매체 '뉴 아틀라스(New Atlas)'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분노가 쌓여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80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분노가 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3개 실험군에는 8분 동안 분노를 일으키는 과거의 기억, 불안한 기억, 슬픈 기억을 각각 회상하게 하고 대조군에는 8분 동안 숫자를 세며 감정적 중립을 유지하게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노와 관련된 과거의 기억을 8분 동안 떠올린 그룹은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40분 이상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혈관 확장 능력은 실험 직후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한참 동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반면 불안한 기억이나 슬픈 기억을 떠올린 그룹은 감정적인 동요가 있더라도 혈관의 물리적 기능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에 의하면 분노로 화를 내는 행위는 단순한 스트레스 표출이 아니다. 혈관에 독을 조금씩 주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JAHA)》에 2024년 5월 발표됐다.
"분노로 혈관 내피기능 떨어지는 것은…심장병·뇌졸중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 혈관이 확장해야 할 때 제대로 확장하지 못하게 되며, 이 상태는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한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만성적으로 혈관 손상을 입게 되고, 끝내 심혈관병에 걸리는 과정이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분노와 심혈관병의 밀접한 관련성은 종전의 많은 대규모 연구에서 입증됐다.
아일랜드 국립 골웨이대 연구팀이 주도한 '인터스트로크(INTERSTROKE)' 연구 결과는 분노가 뇌졸중의 직접적인 방아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전 세계 32개국 급성 뇌졸중 환자 1만 346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국제 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2021년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뇌졸중 환자의 약 9%는 뇌졸중 발생 전 1시간 이내에 심한 분노나 좌절감을 겪는다.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분노를 터뜨린 직후 한 시간 동안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은 평소보다 30% 높았고, 출혈성 뇌졸중(뇌출혈) 위험은 63%나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가 치솟을 때 힘든 일이나 운동을 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순환(Circulation)》에 2016년 10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가 난 상태이거나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격렬한 운동 등 신체활동을 하면 심장마비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2개국 1만2000여 명의 심근경색 환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다. 일반적으로 심근경색 환자가 화난 상태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은 평소의 약 2배다. 화를 풀기 위해 헬스장에서 무거운 기구를 들거나 격하게 달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수축되고 딱딱해진 혈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분노는 순간적인 발작에 그치지 않는다.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미국 아이칸의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2017년 1월 발표한 논문에서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습관적으로 화를 내거나 성향이 적대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병으로 숨질 위험이 훨씬 더 높다. 연구팀은 이를 '신경-면역 축'의 작용으로 설명했다.
화를 내면 뇌의 공포 중추인 편도체가 과활성화하고, 이것이 골수 조혈모세포를 자극해 염증 세포를 과도하게 생산하게 만든다. 이들 염증 세포는 혈관 벽에 달라붙어 플라크(찌꺼기)를 형성하고 동맥경화를 가속화한다. 즉, 화를 잘 내는 사람의 몸속에서는 24시간 내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1년 내내 매일 미세한 독극물을 주입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컬럼비아대 연구 결과처럼, 단 8분의 분노가 혈관 기능을 40분이나 마비시킨다는 것은 하루에 몇 번씩 화를 내는 사람들의 혈관이 쉴 새 없이 공격받고 있음을 뜻한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는 옛말도 있다. 하지만 뇌혈관과 심장 혈관의 관점에서 보면 화를 폭발시키는 것은 더 큰 병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분노를 느낄 때는 숫자 세기, 심호흡, 잠시 그 자리를 피하기 등 행동 요법으로 '마의 8분'을 넘겨야 한다. 그것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화가 날 때 운동으로 땀을 빼며 푸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나요?
A1.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가 2016년 《순환》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가 난 상태에서 격렬한 운동을 하면 심장마비 위험이 평소보다 3배나 높아집니다. 분노 때문에 이미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간 상태에서 운동으로 인한 심장의 부담까지 더해지면 혈관이 견디지 못할 수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는 격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산책이나 심호흡, 명상 등을 하는 게 좋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안전합니다.
Q2. 슬프거나 불안한 감정도 화내는 것만큼 혈관에 나쁜가요?
A2. 놀랍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2024년 5월 《미국심장협회저널(JAHA)》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슬픔이나 불안을 느낄 때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직 '분노'만이 혈관 확장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분노가 교감신경계를 폭발적으로 자극해 카테콜아민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급격히 분비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다른 감정보다 특히 '화'를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화를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것은 괜찮은가요?
A3.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화를 습관적으로 억누르면 억압된 스트레스가 만성적인 고혈압이나 화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를 '폭발'시키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해소'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화가 치미는 순간 (속으로) '타임아웃'을 외치며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1부터 10까지 천천히 숫자를 세며 뇌의 편도체 흥분을 가라앉히는 '8분의 골든타임'의 확보를 권장합니다. 화가 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혈관을 보호하는 첫걸음입니다.
출처: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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